어떻게 하면 젊은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리브랜딩’ 레퍼런스 2

2020년,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의 경제력은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고 합니다. 2030년쯤엔 이들의 경제력이 지금보다 5배 늘어난 33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요. 

날이 갈수록 Z세대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Z세대 소비층을 잡기 위해 ‘리브랜딩’을 실시하는 브랜드도 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브랜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선 기존 고객만 타깃층으로 둘 것이 아니라, 신규 타깃층인 Z세대의 유입이 늘려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문제는 로고나 카피 좀 바꾼다고 해서 Z세대가 알아주는 리브랜딩이 완성되진 않는다는 겁니다. Z세대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리브랜딩은 또 한 번 외면당할 뿐이죠. 

캐릿이 최근 리브랜딩으로 Z세대에게 주목받은 브랜드 두 곳을 캐릿 1020 자문단 10대 50여 명, 20대(27세 이하) 100여 명으로 구성된 캐릿의 트렌드 자문 그룹. MZ세대만 아는 문화, 유행을 발 빠르게 전하는 역할을 맡고 있음. 에게 추천받아왔습니다. 자사 브랜드의 올드한 이미지 때문에 고민 중인 마케터님들은 지금부터 주목해주세요. Z세대가 말하는 ‘눈길 가는 리브랜딩의 비밀’을 지금 알려드릴게요!

1. [아모레퍼시픽] ‘블랙핑크’ 로제 모델로 섭외해 이미지 변신 성공한 ‘설화수’
설화수 브랜드 캠페인 영상 출처 sulwhasoo 유튜브 채널

최근 10~20대에게 인기 있는 연예인을 모델로 섭외해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젊게 바꿔 보려는 패션 뷰티 업계의 리브랜딩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는 얼마 전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을 모델로 기용했는데요. 몇 년 사이 등산을 즐기는 10~20대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잡기 위해 장원영과 계약을 맺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뷰티 브랜드 ‘설화수’도 오랜 시간 브랜드 얼굴을 담당했던 한 연예인과 결별하고 의외의 인물을 새로운 모델로 맞이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가 바로 그 주인공이에요. 설화수라는 브랜드를 아는 분들은 ‘설화수랑 로제? 이미지가 잘 어울릴까?’ 하는 의문을 품으실 수도 있는데요. 이미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브랜드와 모델이) 잘 어울린다’, ‘브랜드 이미지가 어려졌다’는 칭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반응이 나오기까지, 설화수가 어떤 과정을 거쳐 리브랜딩에 성공했는지 그 원인을 함께 짚어 볼까요?

① 진정성이 느껴지는 인터뷰 영상으로 New 타깃 Z세대와 공감대 형성함
앞서 소개해 드린 설화수의 브랜드 캠페인 영상은 감각적인 영상미로도 여러 차례 회자가 됐어요. 마치 명품 브랜드의 패션 필름처럼요. 실제로 광고 모델뿐 아니라, 광고 영상 자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댓글도 눈에 띕니다. 

로제 인터뷰 영상 출처 sulwhasoo 유튜브 채널

하지만 영상미만으로 브랜드 모델을 왜 교체했는지, 설화수가 녹이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전달하기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설화수는 광고 영상과  별도로 로제의 인터뷰 영상을 함께 게제합니다. 여기서 로제는 설화수라는 브랜드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를 솔직하게 털어 놔요. ‘엄마가 쓰셨던 화장품이라 정말 어렸을 때부터 설화수 제품 향을 맡았다. 나도 엄마처럼 어른이 되면 저런 깊은 향이 나는 화장품을 쓰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이죠. ‘사실 쓰던 화장품을 잘 안 바꾸는 편이라 (설화수 화장품을 써보기 전엔) 겁이 났는데 엄마의 말을 듣고 사용해 보게 됐다’라는 얘기도 덧붙이면서요. 이 광고를 접하게 될 시청자이자, 설화수가 새롭게 타깃으로 설정한 Z세대 입장에서 공감할 만한 포인트를 로제의 인터뷰를 통해 풀어낸 겁니다. 덕분에 실제로   인터뷰 내용에 고개를 끄덕였다는 댓글 반응이 여럿 보입니다. 


② Z세대가 즐겨 보는 뮤직비디오 해석 채널에 광고 의뢰함
Z세대는 좋아하는 아이돌의 뮤직비디오가 나오면 꼭 ‘해석 영상’을 찾아본다고 합니다. (🔗 관련 콘텐츠: 우리 브랜드에서 써먹을 수 있는 아이돌 세계관 총정리) 요즘 그룹만의 세계관을 보유한 아이돌들이 많은 데다, 뮤직비디오에 함축된 메시지를 담아 놓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석 영상을 보며 ‘이건 이런 의미였구나’ 추측하는 것이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죠. 

설화수 광고 해석 영상 출처 김일오 15KIM 유튜브 채널

설화수는 Z세대의 해석 영상 문화를 똑똑하게 활용했습니다. 뮤직비디오 해석 채널로 유명한 김일오 15KIM 채널에 로제가 출연한 설화수 캠페인 영상 홍보를 맡긴 겁니다. 광고를 뮤직비디오 해석하듯 해석해달라고 한 거죠. 설화수 브랜드 캠페인 영상은 광고에 흔히 등장하는 자막이나, 직접적인 내레이션 없이 오직 영상미로만 승부를 봤는데요. 그랬기에 뮤직비디오 해석 채널에서 이야기할 거리가 많았던 겁니다. 영상 내용만 보고 ‘이 연출은 이런 의미일 것이다’ 추측하는 게 가능하니까요. 댓글 반응도 재미있습니다. 이 채널을 자주 찾는 Z세대 아이돌 팬들도 캠페인 영상 해석에 동참하고 있거든요. 이런 과정을 거쳐 설화수라는 브랜드가 좀 더 친숙해졌다는 의견도 보이고요. 


Z세대 찐의견
인스타그램 돋보기를 통해 로제가 찍은 설화수 광고를 보게 됐어요. 이 광고가 화제가 되면서 인스타나 유튜브 쇼츠에도 종종 보이더라고요. 댓글 반응도 긍정적인 편이에요. 특히 로제 덕분에 설화수라는 브랜드를 다시 보게 됐다는 얘기가 많아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사실 화장품 살 때 설화수가 고려 대상은 아니었는데, 이번 광고 덕분에 설화수 제품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한번 써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김예은(22세, 대학생)


2. [엔씨소프트] 3040 게임인 줄 알았더니? 팝업 스토어에 1020 불러 모은 ‘리니지W’
혈맹원 포토존 출처 인터뷰이 제공(@christinaa_527) 

 

추억의 게임,  ‘리니지’를 기억하시나요? 엔씨소프트가 만든 중세 판타지 MMORPG 게임인데요. 1998년 첫 출시 이후 다양한 시리즈를 내놓고 있습니다. 게임 유저들 사이에선 리니지의 주요 타깃층이 밀레니얼 또는 기성 세대에 가깝다는 인식이 있는데요. 엔씨소프트는 신규 유저를 유입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시리즈를 내놓는 한편, 리브랜딩을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어요. (🔗 관련 콘텐츠: NC다이노스 팬들이 열광한 리니지 집행검 세리머니는 무엇?) 이번에는 그 일환으로 요즘 가장 힙한 주류 브랜드, ‘원소주’와 콜라보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습니다. 지난해 출시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W’의 홍보를 위해서요!

① 힙한 브랜드, 원소주와의 콜라보로 이목 집중시킴
원소주는 다들 들어보셨죠? 힙합 뮤지션 박재범이 내놓은 증류식 소주 브랜드로 론칭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 관련 콘텐츠: Z세대가 체감하는 박재범 소주, ‘원소주’ 인기 비결) 최근 편의점에도 원소주가 입점했으나, Z세대 사이에선 여전히 ‘구하기 힘든 술’, ‘힙한 술’로 통하고 있어요. 이 힙한 브랜드와 리니지W가 성수동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했습니다. 팝업 스토어의 이름은 ‘혈맹원’인데요. 리니지W 이용자 커뮤니티 ‘혈맹(血盟)’과 ‘원소주’의 ‘원(WON)’을 결합한 이름이라고 해요. 

지난 9월 15일부터 나흘간 팝업 스토어가 진행되는 동안 총 4천 명이 넘는 인원이 이곳을 다녀갔다고 합니다. 하루에 천 명 이상이 다녀간 셈이죠. 혈맹원 방문 경험이 있는 Z세대 인터뷰이들에게 방문하게 된 이유를 묻자, “처음엔 원소주를 구하고 싶어서 찾아가게 됐다”, “성수동을 지나가다가 원소주가 보이길래 들어가 봤다”는 답변이 많았어요. 단독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기보다, 요즘 가장 힙한 브랜드와 콜라보 팝업 스토어를 연 덕분에 Z세대의 발길을 잡을 수 있었던 거죠. 팝업 스토어에는 원소주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요.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을 위해 원소주 향을 시향(!)할 수 있는 이색적인 이벤트도 진행됐다고 합니다. 원소주 때문에 팝업 스토어를 찾은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원소주 관련 행사도 충실히 준비해 둔 거죠.

팝업 스토어에 마련된 원소주 시음 공간 출처 인터뷰이 제공

② 리니지W 세계관을 담은 콜라보 이벤트 및 굿즈로 Z세대 사로잡음

여기까지 읽고 ‘리니지W 홍보 효과는 크지 않고 원소주 홍보만 된 것 아냐?’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그러나 원소주에 대한 호기심으로 팝업 스토어를 찾은 Z세대가 리니지W 관련 체험까지 즐길 수 있도록 팝업 스토어 이벤트가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우선 입장하는 순간 리니지W 게임 관련 영상을 볼 수 있도록 동선을 설계해 놓았고요. 활쏘기 등 리니지W 게임과 관련된 미니 게임을 마련하고, 게임 및 미션을 완료한 사람에게 럭키 드로우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고 해요. (럭키 드로우를 받기 위해 방문객들은 자연스레 미니 게임에 참여했겠죠?) 이때 럭키 드로우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공간을 마치 게임 속 중세시대 펍처럼 꾸며두어 이곳이 포토 스폿으로도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힙한 굿즈도 화제가 됐어요. 게임 장면을 재현해 만든 ‘체스판, 말 세트’, 중세시대 콘셉트를 살리면서 원소주를 따라 마실 수 있도록 제작한 ‘주석 잔’ 등이 그 예인데요. 체스판, 말 세트의 경우 70만 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고 합니다. 그 밖에도 티셔츠, 라이터, 키링, 포스터 등 리니지W X 원소주 한정판으로 출시된  각종 굿즈를 구매할 수 있었다고 하고요. 이렇듯 원소주가 궁금해 팝업 스토어에 방문한 Z세대가 자연스럽게 게임 관련 체험 및 굿즈를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해 게임에 대한 인지도 및 호감도를 높인 것이죠.

Z세대 찐의견
원소주에 관심이 있어서 팝업 스토어에 방문하게 됐어요. 사실 리니지W 게임 자체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는데요. 저처럼 원소주 사러 왔다가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리니지W에 호기심을 갖게 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팝업 스토어에 방문한 사람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구성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포토 부스에서 사진도 찍고, 럭키 드로우 이벤트도 참여했어요. 리니지W와 원소주가 협업해서 만든 굿즈도 다 예쁘더라고요. 팝업 스토어 덕분에 리니지W에 관심을 가진 제 또래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지운(29세, 회사원)

주말에 성수동을 지나가다가 음악 소리에 홀려(?) 팝업 스토어를 찾게 됐어요. 내부에서 DJ 공연을 하고 있었거든요. 사실 리니지W 게임에 대해선 전혀 몰랐고, 전시회인 줄 알고 참여했던 건데요. 미니 게임을 하고, 관련 이미지와 영상을 보면서 리니지W에 대해 알게 됐어요. 캐릭터 사진을 보고 나니 10~20대 남자들도 좋아할 법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사청(23세, 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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