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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2000년대 유행템, 정말 2000년생들도 좋아하는 걸까?

2020.09.24 (Thu) / 5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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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기사 제목들

여러분, 이런 기사 제목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제가 한 번 맞춰보겠습니다. 첫 번째, “2000년대 아이템이 벌써 레트로 취급을 받는군!” 하는 격세지감. 두 번째는 “근데 이걸 진짜 Z세대가 좋아하나?”라는 약간의 의심…! (맞췄죠?)

 
뉴트로 열풍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지금, 빈티지와 서양 레트로 ‘하이틴’ 감성의 유행에 힘입어 한국의 2000년대 아이템도 자꾸 돌아오고 있습니다. 2001년 ‘LG텔레콤’의 마스코트였던 ‘홀맨’과 추억의 잡지 ‘와와109’가 컴백을 선언했고, JTBC의 뉴미디어 ‘스튜디오 룰루랄라’는 2000년대 추억템을 다루는 ‘라떼월드’라는 콘텐츠를 런칭했어요. 
 
그렇다면 이걸 과연 추억을 곱씹고 싶은 라떼들이 좋아하는 걸까요, 아니면 정말 Z세대가 재밌어하는 걸까요? 캐릿도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1020 친구들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2000년대 아이템을 Z세대가 진짜 소비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서요. 
 
힌트를 드리자면, 2000년대 아이템도 다 같은 2000년대 아이템이 아니래요. 아이템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컴백 마케팅을 하냐에 따라 매력도가 확 달라진다고 하니 레트로 마케팅을 고민하셨던 분들 꼭 주목하시길 바랍니다.

1. Z세대가 보는 2000년대 영화 = SNS에서 계속 회자되는 영화
 
Ask and go to the blue!

작년이었죠. 영화 <타짜> 속 등장인물 곽철용의 “묻고 더블로 가!”라는 대사가 때아닌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라떼 입장에선 “갑자기 이 영화가 왜?” 당황스러웠지만, Z세대의 영상 콘텐츠 소비 패턴을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에요. 

 
오픈서베이의 <온라인 동영상 시청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1020은 ‘동영상 시청 전용 사이트/앱 검색을 통해’(37.5%), ‘동영상 앱/사이트의 추천 영상을 통해’(36.6%), ‘SNS에 공유된 글을 통해’(24.5%) 특정 영상을 시청하게 된다고 해요. 생각해 보면 우리가 넷플릭스에서 콘텐츠를 고를 때, SNS에서 넷플릭스 추천 글을 볼 때 그 작품이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 크게 고려하지 않잖아요. OTT'Over The Top'의 줄임말로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일컬음와 동영상 플랫폼 사용이 익숙한 Z세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요약 영상을 봤는데 재밌었다거나, 즐겨 하는 SNS에 자꾸 추천글이 올라오고 주변 친구들이 많이들 봤다고 하면 나도 보는 거죠.
 
전 주로 넷플릭스로 옛날 영화를 봐요. <타짜>, <바람>, <살인의 추억> 같은 영화들, 다 명대사가 많고 제목이 익숙한 영화잖아요. 페북에 명장면 캡처도 많이 뜨고요. 그런 영화들은 궁금해서 찾아보죠. 저번엔 모의고사에 영화 <전우치> 시나리오가 나와서 난리였어요. 다들 “도사는 무엇이냐?” 부분에서 강동원 음성 지원된다고. 천현승(19세, 고등학생)

내 타임라인에 자주 올라오면 그것이 바로 명작

내용보단 스틸컷과 이미지가 더욱 많이 회자되는 영화들도 있습니다. 요즘 유튜브 음악 플레이리스트 섬네일에는 촌스러우면서도 아련한 감성의 2000년대 영화 주인공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거든요. 특히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의 배우들이 찍은 커플 콘셉트 사진이 단골 손님이랍니다. 자연스럽고 빈티지한데 예쁘기까지 한 이미지를 찾아 헤매는 Z세대의 마음을 충족시켜준 비주얼 때문이죠.


아련...

 


2. Z세대가 보는 2000년대 드라마 = 모두가 인정한 인생 드라마
2007년에 방영됐던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기억하시나요? 당시 최고 시청률 27.3%를 기록할 정도로 대유행이었죠. 그런데 요즘, Z세대 사이에서 <커피프린스 1호점>이 ‘여름 인생 드라마’로 꼽히며 정주행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조회수 140만을 기록한 커프 다시보기 클립

13년 만에 <커피프린스 1호점>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MBC <청춘 다큐 다시 스물>(10월 1일 방영 예정)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고요.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걸까요?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하잖아요. 현재의 것들에 지겨움을 느끼고 새로운 걸 찾아 과거로 가는 거 아닐까요? 그렇다고 현재를 사는 내가 새로운 걸 경험하기 위해 과거로 가서 콘텐츠를 만들 순 없으니, 이미 나와 있는 콘텐츠 중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퀄리티 좋은 작품을 찾아 돌아가는 것 같아요. 김OO(23세, 대학생) 
 
새로운 걸 보고 싶어서 과거 콘텐츠에 관심을 두되, 16시간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을 만한 ‘명작’으로 꼽히는 드라마(Z세대가 든 예: <궁>, <커피프린스 1호점>, <개와 늑대의 시간>)를 정주행한다는 겁니다. 
 
2000년대 드라마를 보며 느끼는 기분은 ‘드라마 by 드라마’라고 대답했는데요. 
 
📺 어릴 적 어렴풋하게나마 본 기억이 있는 드라마: 드라마 속의 2000년대 모습을 보며, 그 장면을 보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자신과 주변 환경을 떠올림. 그 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느끼며 재밌게 봄.
 
😲 어른이 돼서 처음 본 드라마: 지금과 다른 가치관이나 패션 등을 보며 신기해함.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봄.
 
추억 팔이는 라떼만 하는 줄 알았는데! Z세대 역시 옛날 드라마를 보면, 기억이 선명하지 않더라도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추억을 곱씹는다고 합니다.
 
2000년대 콘텐츠를 보고 있으면 제가 그 당시로 가 있는 기분이에요. 지금은 너무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인데, 그 당시 드라마를 보거나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때의 걱정 없고 단순하게 살았던 저로 돌아간 느낌이거든요. 최근에 싸이월드 BGM 플레이리스트를 들은 적 있는데, 듣기만 해도 그 시절 일촌평이 생각나더라고요. 지금 다시 소비되고 있는 콘텐츠들을 보면, 지금과는 다른 그때만의 느낌이 확실한 콘텐츠들인 것 같아요. 전명주(22세, 대학생) 

3. Z세대가 좋아하는 2000년대 캐릭터 = 옛 감성을 지독하게 재현한 캐릭터
 
타임머신 속도 넘 빠르네요ㅠㅠ
출처 @holeman_is_back(인스타그램)

위에서 ‘LG텔레콤’의 마스코트였던 ‘홀맨’이 돌아왔다고 말씀드렸죠? 올 7월, @holeman_is_back이라는 인스타그램 아이디로 돌아왔는데요. 최신 인스타 유행 따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싸이월드 시절의 촉촉한 문자 감성으로 피드를 꾸미고 있습니다. 현재 약 6만여 명이 팔로우했어요.

 
저 홀맨 인스타 열심히 봐요. 최근에 김현정 님이랑 콜라보한 노래도 즐겨 들었어요. 일단 인스타 속 홀맨이 너무 귀엽고, ‘맞아! 나 초딩 때 홀맨이란 게 있었지’하는 추억 팔이가 제일 큰 것 같아요. 그 시절엔 누구의 집에나 마시마로 인형과 홀맨 저금통이 있었잖아요? 
인스타를 보면 홀맨이 계속 ‘귀여니’스러운 인소(인터넷 소설) 말투를 고집하는데, 댓글에서도 그 콘셉트를 지독하게 유지하고 있어서 너무 좋아요ㅋㅋㅋ 진짜 2000년대의 홀맨이 댓글 달아주는 것 같아요. 전다예(23세, 대학생)
 
다시 한번 정리하겠습니다. Z세대에게 2000년대 아이템은 어렴풋한 추억의 대상이자 지금 보면 새롭고 재밌는 콘텐츠에요. 그 ‘재미’는 당연히 현재와 다른 당시만의 느낌에서 오는 거고요. 한 인터뷰이는 “아무리 그때 감성을 재현하려고 해도 본판을 따라잡긴 어려운 것 같아요. 어쭙잖게 다시 내놨다가 예전의 추억을 오히려 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라고 하더군요. 옛 아이템을 가지고 마케팅을 하고 싶다면, 어설프게 2020년 패치를 하기보단 그 시절 콘셉트를 지독하게 밀고 나가는 게 더 성공 확률이 높다는 뜻입니다.

4. Z세대 사이에서 소소하게 인기인 2000년대 아이템
 
출처 Ani (유튜브)

👚 레트로 패션 : 요즘 Z세대가 하이틴 감성에 빠져있다는 거 캐릿에서 소개해드렸죠? 하이틴만큼은 아니지만, 복고 느낌 풍기는 ‘레트로 패션’ 역시 스타일쉐어나 인스타그램(해시태그 약 5만 개)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1020의 트렌드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Ani에서 하이틴과 레트로 코디 비법을 소개하기도 했으니 참고하세요!

 
전 레트로 패션의 투박하고 순수한 느낌이 좋아요. 영상이나 사진으로 봤던 패션들이 지금 유행하는 거 보면 새롭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임성민(16세, 중학생) 

🍹 캔모아, 민들레영토 : ‘캔모아’와 ‘민들레영토’는 잊을 만하면 커뮤니티에 한 번씩 ‘끌올’되는 장소입니다. Z세대에겐 추억의 대상이 아니라, 한 번쯤 체험해보고 싶은 흥미로운 장소라고 하네요.
 
저보다 두세 살 많은 언니들이 추억팔이하듯 ‘캔모아’ 얘기해주면 되게 가보고 싶더라고요. 그네도 있다고 하고, 생크림에 식빵 찍어 먹는다고 하고. 요즘 힙한 카페들은 분위기가 다 비슷비슷한데 ‘캔모아’ 얘기 들어보면 색다르니까 한번 가보고 싶어요. 전다예(23세, 대학생) 

실제 Z세대와의 카톡 인터뷰 장면입니다

Z세대 친구들을 인터뷰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그때의 감성을 느껴보고 싶다”는 말이었습니다. 그 ‘감성’이 무엇이냐고 묻자 다양한 대답이 돌아왔는데요. ‘사이버 펑크’, ‘세기말 감성’, ‘네온사인’, ‘컬러풀하고 화려한 패션’, 그리고 공통으로 가장 많이 나왔던 답변은 ‘여유’였어요. 

 
이런 대답이 나오는 이유엔 2가지 요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① 1995년 이후로 태어난 Z세대 친구들은 대부분 2000년대에 어린이였어요. 실제로 그들에겐 가장 여유로운 시절이었던 거죠. 지금은 입시 준비로 바쁜 중고등학생, 취준에 허덕이는 대학생이 됐으니까요. 그래서 2000년대의 실제 사회 분위기가 어땠든 그들에겐 그 시절이 좋았던 때로 기억되는 겁니다.
 
② 그때의 기억이 뚜렷한 30대들이 2000년대를 회상할 때 분명한 사실을 떠올린다면, Z세대는 2000년대를 재해석된 이미지로 떠올립니다. Z세대에게 2000년대 = 유년 시절의 어렴풋한 기억 + 콘텐츠들을 보면서 만들어진 이미지가 합쳐진 존재예요. 실제보다 좀 더 미화될 수 있다는 거죠.
 
출처 원포탐(유튜브)

재작년부터 유행이었던 시티팝 열풍과 비슷한 맥락 아닐까요? 시티팝의 도시적이고 낭만적인 느낌에 Z세대가 열광했지만, 그들이 실제로 일본의 버블경제 시절을 겪어본 것은 아니잖아요. 노래를 들으며 자신의 상상력으로 그 시절을 떠올려볼 뿐이죠. 겪어보지 않은 것을 그리워하면서요. 콘텐츠에 ‘과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너무나 잘 갖춰져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성공적인 레트로 마케팅을 위해선 그 시절 느낌에 확실히 과몰입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 것입니다.

 
캐릿의 족집게 요약
1. Z세대가 진짜 2000년대 아이템 좋아하는 거 맞아?
↳ SNS에 명대사, 명장면 짤이 많은 2000년대 영상 콘텐츠를 정주행하는 것이 유행 + 그 시대의 감성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캐릭터, 음악, 장소, 패션 등에도 관심이 있는 편.

2. Z세대가 2000년대 콘텐츠를 찾아보는 이유가 뭔데?
↳ ① 여유로웠던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간 것만 같아서 ② 지금과 다른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이 신선하게 느껴져서. 2가지 이유가 혼재되어 Z세대에겐 2000년대가 ‘경험해보고 싶은 감성의 시대’로 여겨지고 있음.

3. 그럼 2000년대 아이템이 돌아오면 무조건 잘 되는 거야?
↳ 지금 Z세대가 좋아하는 2000년대 아이템은 그 시절만의 감성이 뚜렷하게 느껴진다는 공통점이 있음. 만약 옛 콘텐츠로 컴백하고 싶다면 진짜 200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 들 만큼 ‘그 시절 톤 앤 매너’를 재현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함. 그래야 Z세대의 눈에 새롭게 느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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