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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이 팔 것도 없으면서 매일 당근마켓에 들어가는 이유

2020.09.28 (Mon) / 5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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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은 번개장터 쓰지 않아?

작년 이맘 때만 해도,  MZ세대1980년부터 2000년 초반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말 친구들에게 당근마켓 알아? 라고 물어보면 “아, 그 유튜브 광고~ ”라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는데요. 

많은 공감을 얻었던 광희의 당근 마켓 광고 솔직평
출처 유튜브 채널 <달라스튜디오-네고왕>

올해는 좀 달라졌습니다. 기상천외한 이용 후기(ex. 제주도에서 앱을 켜면 참돔도 매물로 나온다, 벌레를 대신 잡아 달라는 의뢰가 올라오더라, 동반 입대자를 구하더라….)가 커뮤니티 곳곳에 널리 퍼지면서 “아, 요즘 웃기더라”라는 친숙한 이미지가 생겼어요. 이용자 중 MZ세대, 특히 1020 Z세대의 비율이 높은 건 번개장터 앱이지만, 지금 요즘 애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는 건 두 말 할 여지 없이 당근마켓입니다. 

당근마켓의 웃긴 거래 썰은 금세 MZ세대 커뮤니티로 퍼집니다
출처 더쿠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는 건 곧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징조죠. 올해 당근마켓이 새로 달성한 지표는 무려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 민족이 달성했다는 월 이용자(MAU) 1,000만! 입니다. 중고 거래계의 아마존이 되려고 하는 건가? 생각하던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당근마켓은 언론을 통해 수 차례 ‘지역 교류의 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어요. 처의 마켓이라는 이름값을 살려 동네 사람들의 비대면 핫플로 자리잡겠다는 겁니다. 얼마 전 중고 거래와 상관 없이 동네 이야기를 나누는 게시판인 ‘동네 생활’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커뮤니티 기능을 살리겠다는 방향성을 확고히 했고요.


‘소셜’ 카테고리로 등록된 당근마켓 앱

그런데요 여러분, 의외로 이런 변화를 MZ세대가 먼저 환영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겐 이미 인터넷 친구을 만날 수 있는 SNS나 익명 커뮤니티가 충분히 많은데도 불구하고, 당근마켓을 새로운 온라인 활동지로 받아들이겠다는 거예요. 어찌됐든 중고 거래가 핵심인 이 플랫폼에서 굳이~ 관계를 쌓는 이유가 궁금해지는데요. 그래서 캐릿이 직접 물어봤습니다. 지금 MZ세대가 이 신생 커뮤니티에 스며드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이런 요소들 때문이래요   


1. 광고 아닌 동네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99% 성공하는 동네 고인물들의 추천

당근마켓 동네 생활 게시판에 올라온 질문과 답변

MZ세대의 소비 결정 과정에서 리뷰 확인은 빼놓을 수 없는 단계가 됐어요. 직접 써본 믿을 만한 후기인지, 돈으로 포장한 감상인지 면밀하게 살펴서 참고할 정보를 가려내죠. 요즘은 JMT를 대신할 진정성 있는 감탄사로 ‘구속시켜’가 쓰인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참고※ : 유래용례)


그렇지만 맛집 후기 감별은 난도를 따지자면 Lv1에 해당합니다. 선리뷰 세대에게도 운에 맡겨야 하는 선택이 있었으니, 바로 동네 상권 중 잘하는 집을 찾는 일이에요. 동네 가게들은 이용자가 주민으로 한정되어 있으니 후기 자체가 적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아요. 때문에 집 주변에 있는 병원 중 어디가 실력 좋고 친절한지, 헬스장은 어디가 깨끗한지, 저렴하면서 물건 종류가 많은 슈퍼는 어디인지를 포털이나 SNS 검색으로 찾아내기란 아무리 디지털에 익숙한 사람이라도 쉽지 않죠. 

이런 지역 정보가 궁금한 MZ세대가 최근 눈길을 돌린 곳이 바로 당근마켓입니다. 사용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당근마켓의 가장 큰 특징은 GPS 인증 기준 반경 4~6km 이내 이용자의 게시물만 확인 가능하다는 것인데요. 이에 따라 볼 수 있는 매물과 게시물은 적어졌지만, 대신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만큼은 확실하게 모아주는 서비스가 됐어요. 이용자 모두가 동네 사람이라는 인증을 거쳐야 하니까, 좀 더 믿을 만하다고 느껴진다는 게 MZ세대 인터뷰이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로컬 추천’ 그 자체니까요.

새로 이사 오신 분들이 당근마켓에  동네 정보를 물어볼 때가 있어요. 그러면 맛집, 도서관 개관 시간, 카페 추천 등 다양한 정보들이 댓글로 올라오는데, 보다 보면 몰랐던 곳들을 새로 알 수 있어서 좋아요. 블로그는 아무리 내돈내산을 강조해도 요즘엔 이것도 광고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어서 괜히 의심스러운데요. 똑같이 일면식이 없지만, 당근마켓 유저들은 동네 인증을 받았으니 더 믿음이 가죠. 이수현(23세, 대학생)

스스로도 평소보다 후하게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새로 이사 오신 주민분이 동네 산의 입구가 어디인지, 등산 코스가 있는지 질문 글을 올리셨길래 제가 아는 선에서 답변해드린 적이 있어요. 원래 커뮤니티는 눈팅만 하는 편인데, 제가 처음 자취를 시작했을 때가 생각나서 답변해 줄 수밖에 없더라고요. 같은 동네 주민이라고 생각하면 좀 더 소속감이나 친밀감이 느껴져서요. 안서희(20세, 대학생) 

당근마켓을 눈팅하게 된 이후로 동네 상권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홍대·강남 등 번화가 맛집뿐만 아니라 우리 동네의 일 잘하는 집을 좀 더 알게 됐어요. 무조건 유명하고 광고 많은 곳도 좋지만 소소하게 입소문 난 동네의 가게나 시설도 괜찮다고 느꼈습니다. 안서희(20세, 대학생)

비슷하게 동네 꿀팁을 나누는 커뮤니티로 지역 맘 카페가 있는데요. MZ세대 사이에서도 맘 카페 리뷰가 믿을 만 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접근 장벽이 느껴져 사용 빈도는 낮다고 해요. 가입과 등업 절차가 불편하다고. 특히 10대들에겐 포털 기반의 카페 커뮤니티 자체가 낯설기도 합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데이터플러스 미디어·콘텐츠(5월)>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포털 카페를 이용해본 10대 비율은 15.9%에 그쳤어요.

2. 사람들과 정을 나누는 경험 자체가 재미있음!
 아낌 없이 나눠주는 훈훈한 직거래 썰의 주인공이 나일지도?
당근마켓 고수의 매너
출처 @avant_ariel(트위터) 제공

당근마켓의 중고 거래는 대부분 동네 안에서 직접 만나 이뤄집니다. 거래 후에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에 대한 평가를 주고받는데, 이게 바로 위에서 말하는 ‘매너 온도’예요. 닉네임을 누르면 나오는 프로필 창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데, 36.5도를 시작으로 100도까지 올릴 수 있는 일종의 신용 등급입니다. 약속 시간을 어기거나 물건 상태를 부풀리는 사람을 거를 수 있게 되는 거죠.


꼭 매너 온도를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어도, 얼굴을 맞대고 거래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소통의 여지가 더 늘어나게 되는 건 당연한 이치겠죠. 판매 금액 외에 덤을 나누는 경우도 흔합니다. MZ세대 이용자들은 이렇게 사람들과 정을 나누는 경험 자체가 재미있어서 당근 마켓 사용을 선호하기도 한대요!

직접 만나서 물건을 주고받으니까 훈훈한 상황을 많이 겪게 돼요. 한번은 저와 액세서리 취향이 맞는 구매자를 만난 적 있는데요, 연락처를 교환해서 당근에 올리기 전에 미리 구매하실 건지 물어보는 사이가 됐답니다. 또 한번은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가 거래하러 오셔서 도넛과 초콜릿을 덤으로 주셨어요. 직거래를 하면 직접 구매자를 만날 수 있다 보니까 사회생활을 체험하는 것 같아서 설레요. 박소현(16세, 중학생)

동네에 아예 당근 만남의 장소가 있어요! 눈에 띄는 장소가 홈플러스밖에 없어서 다들 그곳을 직거래 장소로 정하거든요. 다들 엄청 민망한 포즈와 얼굴로 “혹시…. 당근이세요?”라며 짝을 찾아다니는데 그 광경이 너무 웃펐어요. 저도 한참 헤맨 끝에 접선(?)에 성공할 수 있었답니다. 정주은(16세, 중학생)

MZ세대 이용자들에게 이런 미담이 영업 포인트가 된다는 걸 당근마켓도 잘 알고 있는 눈치입니다.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 프로필에 후기와 재밌는 사연을 모아 두었거든요. 요즘 MZ세대 사이에선 ‘썰’이 최고의 입소문이랍니다.

당근마켓에서 소개하는 이용자의 훈훈한 직거래 썰
출처 당근마켓 공식 인스타그램 / 인터뷰이 @93jk_1209

 


3. 동네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곳이 필요해서! 
인친인스타그램 친구의 줄임말, 트친트위터 친구의 줄임말은 있지만 동친은 없었던 MZ세대가 찾은 답 

최근 당근마켓에선 앞서 설명드린 동네 정보 외에 사소한 일상을 나누는 MZ세대의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당근마켓 커뮤니티를 SNS처럼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생겨나고 있는 거예요.

당근마켓 동네 생활 게시판에 올라온 고양이 자랑글
출처 인터뷰이 배예서 제공

 

당근마켓 동네 생활 게시판에 종종 고양이 자랑 글도 올리고 구경도 해요. 동네 사람들끼리 게시판에서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걸 보면서 저도 거기에 껴서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네’라는 키워드가 주는 안정감이 있는 것 같아요. 당근마켓에서 정보나 일상을 나누는 게시물을 보면 그 안에 호의가 녹아있다는 게 느껴져요. 같은 동네 사람들이라 더 공감이 잘 되기 때문일까요? 배예서(24세, 당근마켓 이용자)

요즘 친구들은 온라인 소통에 익숙해서, 관심사만 맞으면 편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죠. 그런데 이런 생각 혹시 해보셨나요? SNS나 익명 커뮤니티의 이용자들을 묶어주는 관심사는 주로 취미와 취향에 한정돼 있다는 사실. MZ세대는 온라인 교류에 익숙한 만큼, 무심코 공개한 개인 정보가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온갖 TMI를 공유하면서도, 사는 곳이나 직장 등 신상 정보는 밝히기 꺼려하는 게 보통이에요.

따라서 이들에게는 많은 커뮤니티가 있지만, 동네에 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은 마땅치 않았던 겁니다. 반려동물의 산책 친구를 찾거나, 드디어 우리 아파트 앞에 따릉이 거치대가 생겼다거나, 새로 생긴 카페에서 마카롱 1+1 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누구에게 말해 주고 싶을 때. 혹은 팔기엔 뭐하고 버리기엔 아까운 물건들을 배송비 없이 나눠주고 싶을 때나 공원에서 지갑을 주웠을 때, 급하게 공구 상자를 빌릴 ‘동네 친구’로 당근마켓 커뮤니티가 주목받게 된 거예요.
당근마켓 동네 생활 게시판에서 시계 빌린 사연
출처 인터뷰이 권석우 제공

 

사실 온라인에서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는 당근마켓 말고도 많이 있지만, ‘당장 지금, 집 근처’에서 사람들과 즉각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당근마켓이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혹시 신촌 주변에서 시계를 빌릴수 있을까 하는 글을 올렸는데, 5분만에 흔쾌히 대가없이 빌려주시겠다는 분이 나타나셨습니다. 아마 그분이 멀리 사는 분이셨다면 그런 선의는 불가능했을 것 같아요. 정말 동네 기반 커뮤니티라서 가능했죠. 권석우(23세, 대학생)


P.S. MZ세대는 ‘느슨한 유대감’을 원해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소셜 앱이 대성공한 선례가 있습니다. 바로  대학 커뮤니티 플랫폼 ‘에브리타임’이에요. 이곳에선 학교 인증을 거친 이용자들이 캠퍼스 주변 맛집을 공유하고, 놓친 수업 내용을 공유하고, 다 쓴 전공 책을 싸게 나눔하고, 배송비를 아끼기 위해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있어요. 에브리타임 게시판이 활발하게 운영되는 대학의 경우, 캠퍼스 주변 상권의 인기나 학교 운영 정책에 대한 여론이 대부분 여기서 결정되기도 합니다. 대학생 인터뷰이에게 에브리타임에서 나누는 관계에 대해 좀 더 물어봤어요.

에브리타임의 익명 이용자들과 다른 SNS, 커뮤니티의 익명 이용자들을 대할 때 다른 점이 있나요?
그럼요. 예를 들어 다음 카페나 트위터에서 얘기를 나눈 상대와는 ‘언젠간 만나겠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그런데 에브리타임은 캠퍼스에서 언젠가는 스쳐 지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다른 익명 커뮤니티에선 제 신상을 절대! 밝히지 않지만, 에브리타임에선 ‘학우들이니까 괜찮아’라는 생각으로 제가 했던 인턴십이나 자격증에 대한 정보를 비교적 자세하게 알려주는 편이에요! 전다예(23세, 대학생)

이런 익명의 관계가 가끔 만나는 현실 친구들과의 관계보다 더 가깝다고 느껴질 때도 있나요?
네. 익명의 관계라서 더 부담 없이 가까워질 때가 있거든요. 지인이 베푼 친절은 저에게 가끔 부담으로 오기도 해요. 아무래도 현실 관계에선 신경 써야 할 점도 많고, 호의를 받았으면 보답을 어떻게 해 줘야 할지도 생각해야 하니까요. 상대방도 그 점을 걱정할까봐 고민이 되기도 하고요. 근데 익명은 거기서 딱! 인연이 끝이니까 좀 더 마음 편하게 대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시험 기간에 학교 도서관 한쪽에 연습장용 이면지를 두고, 필요한 사람은 마음대로 가져가라고 에브리타임 게시판에 알린 적이 있답니다. 전다예(23세, 대학생) 

소속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익명이라도 ‘대학’이라는 연결 고리가 있으니까 가끔 만나는 어사어색한 사이의 줄임말. 반대말은 찐친 관계의 친구들보다는 에브리타임 이용자들에게 친근감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저에게 공모전 참가작 투표권이 3장 있는데, 얼굴만 아는 친구와 에브리타임에 도움 글을 올린 익명의 학우 중에서 골라야 한다면? 후자 쪽에 2표를 줄 거란 말이에요. 우와 뭉치자~ 라고 불타오르기 쉬운 것 같아요. 이서영(25세, 대학생)

MZ세대는 지금 에브리타임과 당근마켓 정도의 느슨한 유대감을 원하고 있어요. 그건 바로 일상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뭔가를 물을 수 있고, 호의를 주고받을 사람들이 ‘내 근처’에 있다는 안정감입니다. 온라인의 편안함과,오프라인의 소속감·신뢰감이 교차하는 지점이 바로 요즘 친구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관계의 온도가 아닐까 합니다.


캐릿의 4줄 요약
1. MZ세대는 요즘 당근마켓 커뮤니티에 스며들고 있다.
2. 이들은 당근마켓에서 공유되는 리뷰에 신뢰감을 느끼며, 이용자들끼리 아낌 없이 호의를 주고받는다.
3. 이는 당근마켓이 ‘동네 생활’이라는 오프라인 연결고리를 가진 사람들을 모아두어 소속감을 부여했기 때문. 에브리타임이 ‘대학 생활’이라는 오프라인 공통점을 가진 20대를 모은 것과 마찬가지. 
4. 온라인의 편안함∩오프라인의 소속감·신뢰감=MZ세대가 원하는 느슨한 유대감이라고 할 수 있음!


캐릿 아이콘 김희연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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